[환경일보] 김점동 기자 = 경기도 부천시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발견됐지만 이를 무시한 채 공사가 계속돼 물의를 빚고 있다. 더군다나 안전보건공단 감독관과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현장에서 석면을 발견해 2차 조사를 지시했으면서도 공사중단 명령을 내리지 않는 등 석면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시행사인 (주)엠케이개발은 1만3000여평에 700여 세대 재건축을 위해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며 철거업체인 O건설이 석면해체 및 건물철거를 하도급 받아 공사가 시작됐다.

 

문제는 철거업체인 O건설이 현장에 석면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불법으로 철거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포함된 사업장의 철거작업은 필수시설을 갖춘 업체가 허가를 받아 엄격하게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작업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들이 석면에 노출되고 나아가 석면이 날려 주변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문제의 사업장에 대해 석면해체 감독기관인 안전보건공단 관계자와 근로감독관 입회하에 조사한 결과 건축물 일부에서 석면의심물질인 밤라이트가 발견돼 2차 조사로 이어졌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채취한 시료를 분석하려면 1주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석면이 검출되면 근로감독관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건물에 석면이 발견되면 석면 위험성 때문에 일반적인 철거공사를 중단하고 석면해체공사를 먼저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현장에서 육안으로 석면 잔류 판정이 내려졌음에도 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작업을 계속 해도 된다”라며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 불법 석면해체를 감시해야 할 감독관이 불법을 묵인하는 것도 모자라 허가까지 내준 셈이다.

 

이에 대해 해당 근로감독관은 “조사기관이 실수를 해서 조사되지 않은 것 같다. 조사기관과 시행사의 책임이다”라며 불법 철거공사를 자행한 철거업체는 잘못이 없다는 식의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놨다.

 

발암물질인 석면이 남아 있음에도 공사를 강행하는데 대해 시행사인 엠케이개발 관계자는 “철거업체인 O건설에게 모두 위임했다”라며 책임을 미뤘다. 그러나 이러한 날림공사의 책임을 철거업체 혹은 시행사에만 미루기는 어렵다.

 

철거현장의 석면해체가 엉망인 이유는 공사비를 줄이려 날림공사를 일삼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등록된 석면 관련 업체 수는 약 2000여개에 달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석면관리법이 통과되는 등 감독이 강화되자 돈이 된다고 보고 너도나도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석면 해체공사는 전체 공사를 따낸 해체업체가 일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재하도급을 주는 구조여서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내는 업체가 맡게 된다. 낮은 공사비를 가지고 석면해체를 시행하면서도 이윤을 남기려니 당연히 날림공사가 되는 것이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에 노출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폐암 발생률이 5배나 높다. 또한 잠복기간이 15~40년에 달해 당장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수십년 후에 암이 발견된 사례가 매우 많은 만큼 사전예방이 중요하다.

 

그래서 환경부와 고용노동부는 석면안전관리법 등을 통해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나섰지만 감독권한이 2개 부처에 분산돼 있고 감리제도가 형식적이라는 비판 속에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지자체 역시 석면과 관련된 사항은 소관사항이 아니라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석면업계 한 관계자는 “최저가입찰로 인한 덤핑수주를 막고 환경부와 고용노동부의 관리 이원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날림공사는 피할 수 없다”라며 “분리발주를 통한 정상가 낙찰, 관리감독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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